드라이 에이징의 겉모습처럼, 블랙은 항상 정답이다.

취향관에서 비공식적으로 진행해오던 더에이징 고기살롱이 한 달에 두 번, 공식적인 콜라보 살롱이 되었다.

이름하야, "황마담의 고기살롱"

지난 8월 14일에 있었던 첫 공식 고기살롱의 현장을 영상에 담아보았다.

호주산 와규, 미국산 프라임 등급 소고기 등 여러 품종의 다양한 부위를 다양한 숙성일수로 비교 시식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시식회에 참가한 사람은 대부분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거나, 수 년 전 한 두번 정도 먹어본 적이 있었다. 처음 접하는 숙성육에 약간의 거부감을 보인 사람도 있었으나, 한 두점 먹다보니 익숙해져 살롱 후반에서는 숙성육의 풍미가 더 강한 장기 숙성육을 레어로 구워줄 것을 요청했다. 한 시간만에 '음식혁명'을 경험한 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꽤나 신기한 일이다. 게다가 그 원인이 내가 권한 음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하는 시식회 중간과 끝난 후, 참가자들이 익명으로 적은 소감을 가감없이 옮긴 것이다. 문법상의 수정만 가하였다.

• 투움바 21**은 끝부분이 육포 같이 쫄깃하다. 콜로라도 7은 살결이 느껴지는 식감이 좋다. 단백질이 당길 때 먹고 생각날 맛이다. 입천장에 쫀득 달라붙는 느낌이 좋다. 입 안을 꽉 채워준다.
• 소금과 허브의 조화가 고기맛을 더 좋게 한다. 특히 콜로라도 7*은 씹는 맛이 좋다. 심이 있는 부분은 질기고 먹기에 거북할 줄 알았는데 더 감칠맛이 난다.
• 생 간을 구워 먹었을 때와 같이 진한 맛이 난다. 식감은 육포처럼 약간 거칠고 입자가 조밀한 느낌이다. 모든 고기는 맛있다. 입에서 살살 녹는다고 하는 지방질 많은 고기가 맛있는 고기라고 생각했는데, 거친 고기 입자 사이에서 진한 맛이 나오는 터프한 숙성육도 맛있는 것 같다. 21일 숙성한 와규보다 7일 숙성한 부채살이 특징이 강하고 더 인상깊다. 21일 숙성 와규는 소고기 산적과 그 맛이며 식감이 비슷한데, 7일 숙성 부채살은 까망베르 치츠의 표면같이 발효, 숙성된 맛이 훅 들어온다. 양고기 같은 향도 약간 있는데 거부감이 드는 것은 아니다. 식감도 쫄깃쫄깃해서 독특하다. 마치 쫀드기 같이 탄력이 강한데 질기지는 않아서 씹기가 즐겁다.
• 투움바 21은 스테이크에 비해 단단한 느낌이며, 다른 가니쉬나 소스와 함께 먹어야 조금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레어로 먹을 때가 가장 맛있다. 레어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할 것 같다. 콜로라도 7은 개인적으로 와규보다 더 맛있었다. 식감도 더 좋다.
• 투움바 9는 담백하다. 소금을 찍어 먹는 것이 와인과 함께 즐기기에 더 좋다. 와사비나 마른 김, 백김치 등 다른 소스나 가니쉬와도 함께 먹어보고 싶다. 콜로라도 7은 더 담백하고, 홍콩의 유명한 육포인 비첸향이 생각난다.
• 투움바 21은 고소한 것이 촉촉한 육포 같고 담백하다. 콜로라도 7은 고소한 맛과 향이 좋다. 투움바 21보다 향이 더 진하다. 숙성육의 풍미가 있어서 중독성이 생길 수 있을 듯하다.
• 숙성 고기를 처음 먹어봤는데, 시식이 끝난 지금도 입 안에 남는 풍미가 너무 좋다. 숙성고기가 맞을지 몰랐는데 30일 와규도 너무 부드럽고, 콜로라도 크러스트도 너무 맛다. 가격만 조금 낮아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 같은 고기의 숙성일수에 따른 맛의 차이를 바로 경험해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 내가 좋아하는 고기의 맛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 투움바 30***의 부드러움과 치즈 맛에 나도 모르게 '아, 맛있다.'라고 말했다. 싱싱한 것보다 숙성된 맛을 즐기는 법을 새삼 깨달았고, 잊고 있던 '드라이 에이징'의 맛을 즐긴 시간이었다.

*콜로라도 7: 최고급 프라임 등급 부채살을 더에이징 팩토리의 전용 숙성고에서 숙성육 전문가의 꼼꼼한 관리 하에 일주일 동안 건조 숙성하여, 농축된 고기맛을 느끼실 수 있는 숙성육.

**투움바 9: 호주산 와규 앞다리살을 일주일에서 열흘동안 건조 숙성한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평소 소고기를 즐기지만 아직 숙성육은 익숙하지 않은 분들께 권합니다.

***투움바 21: 세계적으로 유명한 호주산 와규를 원료로 하는 숙성육. 광활한 숲과 깨끗한 자연으로 유명한 투움바 지역에 위치한 와규 농장에서 생산된 앞다리살을 21~24일 동안 건조 숙성.

****투움바 30: 엄선된 품질과 부드러운 식감으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호주산 와규의 원형 앞다리살로 만든 건조 숙성육. 청정 지역으로 유명한 호주 투움바 지역의 한 농가에서 직수입한 신선한 냉장육을 27~30일 동안 숙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