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ged Experience

2019-02-25

더에이징 소셜 살롱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함께 먹으며 '음식혁명'과 ‘쾌락이동'에 대해 이야기하다.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필자의 여가 시간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공간이 있다. ‘취미 말고 취향’이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 새로운 취향을 발견하고 싶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취향을 찾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소셜 살롱’ 형태로 이야기를 나누고 경험을 공유하는 곳이다. 멤버십 제도로 운영되는 폐쇄적 시스템과 오래된 근대 가옥을 서양식 살롱 문화를 녹여 매력적으로 고친 공간 자체가 주는 호기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취향관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선 모든 이가 취향관의 멤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살롱을 제대로 경험한 자만이 취향관의 가치를 알고 거실에, 바에, 가끔은 2층으로 오르는 층계에 앉아 낯선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거짓 없는 의견을 보탠다.

많게는 일주일에 네 번,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취향관을 드나들며 다양한 살롱에 참가한지 두 달, 취향관의 안주인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숙성육에 대한 살롱을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맛있는 음식은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어 먹으면 더 맛있으니 물론 해보자고 찬성했다. 하지만 그저 고기를 구워 먹으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회식 같은 자리를 만들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때 떠오른 키워드가 바로 ‘음식혁명’과 ‘쾌락 이동’이다.

이 두 개의 키워드는 필자가 더에이징에 쓴 글들을 몇 편 읽어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표현이다. 사연인즉, 소고기를 즐기지 않아 가족 외식으로 한우를 먹으러 가도 된장찌개에 공깃밥만 말아 먹고 나오던 사람이 어쩌다 숙성육에 빠져 브랜드를 만들고 그 매력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내 이야기다. 회사에서 숙성육 브랜드를 론칭했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먹다 보니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니냐 할 수도 있겠지만, 고백하건대 나는 진심으로 숙성육을 즐기고 한 명이라도 더 이 즐거움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 어쩔 줄을 모르고 있는 사람이다.

‘음식혁명’이라는 말은 일본의 작가 가쿠타 미쓰요의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에 등장하는 표현인데, 어렸을 때부터 먹지 않던 음식, 먹기는 했지만 좋아하지 않았던 식재료에 어느 순간 깊이 빠져 좋아하게 되고 즐겨 먹게 된다는 의미이다. 비슷한 맥락의 ‘쾌락 이동’은 저명한 음식 작가 비 윌슨의 책 <식습관의 인문학>에 등장한다. 비단 음식에 대한 것만이 아니고, 싫어하던 것이 좋아하는 것으로 바뀔 때 뇌에서 어떤 반응이 일어나 부정적 이미지가 긍정적 이미지로 변환된다는 것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토론하며 함께 먹을 음식으로, 요즘 내가 빠져 있는 음식이자 쾌락 이동의 결정체인 드라이에이징만 한 것이 없다, 그러니 살롱을 한 번 해보자 싶었다.

취향관은 식당이 아닌 만큼 주방설비가 마땅치 않아 부득이 소규모 살롱으로 진행하였다. 더위가 한풀 꺾이고 바람이 선선해지자, 내가 취향관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바에 취향관 멤버 5명이 나란히 둘러앉았다. 숙성육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은 나로써도 전문 셰프는 아닌지라 스테이크 굽기에 자신이 있었던 건 아닌데, 멤버들은 다행히 맛있게 먹어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수부위로 취급되는 토시살을 약 일주일간 건조 숙성한 ‘위치타 7’과 호주산 최고급 와규 윗등심을 약 3주간 숙성한 ‘투움바 21’을 비교 시식하였다. 처음엔 소금과 후추, 올리브오일로 밑간을 한 위치타 7을 먼저 먹었고 그다음엔 같은 방법으로 밑간을 한 투움바 21을 시식했다. 마지막으로 아무런 밑간을 하지 않은 위치타 7을 다시 한 번 먹어보았다.

소의 내장에 근접해 있는 토시살은 소고기의 여러 부위 중에서도 육향이 가장 진한 부위로 평가되는데, 이에 장기간의 숙성을 오히려 맛을 방해할 수가 있다. 여러 번의 테스트로 찾아낸 최적의 기간이 약 일주일이었다. 비교적 짧은 숙성 기간을 거친 위치타 7은 크러스트가 아주 얇고 식감이 독특하여 트리밍 없이 먹는다. 반면 투움바 21은 장기간 건조 숙성 과정을 거쳐 두껍고 딱딱한 크러스트가 형성되어 트리밍 과정을 거치고 내육만 먹는다. 이렇듯 원산지와 부위, 숙성일과 가공 방법이 극명히 다른 두 제품을 번갈아가며 시식해보고, 멤버들의 솔직한 평을 들어보았다. 아래는 문법상 수정이 필요한 부분만 다듬은 시식 평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한 점 한 점 먹을수록 특유의 향에 빠지게 되어 더 오랫동안 숙성한 고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치즈의 풍미와 육즙의 향연이 마치 해외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위치타 7은 거친 크러스트와 부드러운 내육의 양면성이 매력적이다.


처음엔 바삭하고 그다음엔 쫄깃한데, 씹을수록 부드럽다. 한우처럼 살살 녹는 것과는 또 다른 먹는 즐거움이 있다. 한 점을 먹어도 입안에서 풍미와 질감, 맛이 모두 어우러져 다양한 감각이 공존한다.


달거나 짠 음식이 아닌데도 계속 먹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 촉촉한 육포 같은 식감과 부드러운 결, 촉촉한 육즙이 좋다. 특히 와규는 잘 삶아내어 촉촉한 돼지 간 같은 식감이 좋다.


누구나 좋아하진 않아도 누군가는 헤어 나올 수 없을 맛이다.


시식 평은 익명으로 간단히 메모하여 살롱이 끝난 후 취합하였는데, 읽어보고 하나같이 칭찬 일색이라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내 수긍했다. 사실 표현이 달랐을 뿐 나도 숙성육을 접하고 같은 느낌을 받아 지금 이렇게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의 매력에 빠져있는 것 아닌가. 운이 좋게도 시식회에 참석해준 취향관의 멤버들은 모두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었던 모양이다. 

두서 없이 그저 그날의 기억 - 이틀 전이다 - 을 더듬고 사진과 메모를 붙여가며 주욱 적었는데, 되짚어 읽어보니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과연 이 날 있었던 살롱의 분위기를 부분이나마 느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이건 누군가에게 취향관을 설명해야 할 때마다 부딪히는 딜레마이다. 그들은 이해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오해한 것이고, 그들의 오해를 내가 이해했으니 다시 설명해주마 하면 혼란이 생긴다. 그래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취향관도, 숙성육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이해할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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