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els So Good

2019-02-25

식습관의 인문학 : 존재의 안도감을 주는 그림자처럼 늘 우리를 따라다니는 미식에 대한 욕망 


잘 먹는다는 것은 유기농 식품만 고집하는 것이나 특정 음식만 집중해서 먹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다. 잘 먹는다는 것은 제대로 만든 진짜 음식을 맛있게, 규칙적으로 먹는 것을 뜻한다. 사람마다 소요 시간과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음식을 잘 먹는 법은 누구나 터득하고, 실천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은 식이 요법을 시작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 음식을 먹는 법을 새로 배울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가장 설득력이 강한 것은 역시 음식에서 얻는 즐거움을 강조하는 주장일 것이다.

행동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먹는 행위는 대표적인 형태의 학습 행동이다. 이 행동에는 자극(예: 차가운 레어 치즈 케이크)이 있고, 반응(예: 그것을 먹고 싶은 식욕)도 있다. 마지막으로 강화(예: 레어 치즈 케이크를 먹는 것이 주는 감각적 즐거움과 포만감)가 있다. 이 강화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로 하여금 레어 치즈 케이크를 더 많이 찾도록 부추기며, 장래에 다른 음식보다 레어 치즈 케이크를 우선적으로 선택하도록 한다. 이러한 음식 찾기 학습 중 대부분은 뇌에서 동기 유발과 관련이 있는 신경 전달 물질인 도파민을 통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파민은 차가운 레어 치즈 케익을 먹거나, 키스를 하거나, 또는 브랜디를 홀짝이거나 하는 것처럼 신체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보상하는 행동을 할 때 뇌에서 자극을 받아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하지만 도파민은 뇌에 자신이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고 알려주기 위해 신경세포들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화학 신호 중 하나일 뿐이다. 언제, 무엇을,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하느냐에 대한 신호는 배고픔과 호르몬 같은 생물학적 추동을 넘어서서 의식(아침에는 토스트)과 문화 (야구 볼 때는 치맥), 종교(석가탄신일에는 비빔밥) 영역까지 뻗어 있다.

음식에 대한 많은 기호(예컨대 에스프레소나 소주)는 어른이 되고 나서 생긴다. 쓰디 쓰지만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 이 물질들을 좋아하게 되는 순간, 우리는 고통이 즐거움으로 변하는 과정 - 심리학자들이 ‘쾌락 이동’이라고 부르는 것 - 을 겪는다. 어린 시절에 우연히 에스프레소를 맛보고 쓴맛에 대한 기억으로 혐오감을 가졌을지도 모르는 당신은 전신을 각성 시키고 업무 집중도를 빠르게 향상시키는 에스프레소의 놀라운 후속 효과를 발견한 뒤 아침이면 커피 없이 살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있지 않은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회 생활과 카페인 중독 간의 상관관계가 아니라, 이러한 ‘쾌락 이동’이 일어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하는 것이다.

여행 중 마주친 낯선 음식 또는 어릴적부터 싫어한다고 믿어왔던 특정 음식을 거절하기 힘든 상대가 권하는 순간,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용기를 내어 입 안에 넣은 한 조각의 음식이 그 메뉴에 대한 편견을 깨고 해당 식문화까지 좋아하게 되는 경험을 해본적이 있다면, 당신은 행운아이다. 내 경우엔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가 나를 행운아로 만들어준 음식이다. 바닷가 마을에 터를 잡아서인지, 우리 가족은 고기보다는 해산물을 선호하는 편이었다. 네 식구가 어쩌다 삼겹살을 먹으러 가도 달랑 2인분만 시키니 더 말할 것도 없다. 귀하다는 투뿔 한우를 대접받아도 두 세점 먹고 나면 느끼함에 된장찌개를 주문해 어렵게 지갑을 열기로 마음을 먹은 동석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내가 지금은 이렇게 대놓고 고기를 팔고 있다.

여전히 고기를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그 고기가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촬영이 있는 날이면 끼니를 굶고 촬영장에 갈 정도로 먹겠다는 열정이 대단하다. 음식 촬영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환기구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스튜디오에서 음식 냄새에 찌들려 몇 시간이고 촬영을 한 뒤, 모양은 예쁘지만 차갑게 식어버린 음식을 먹는 경우는 잘 없다. 더에이징의 촬영을 전담하는 작가 팀도 마찬가지인데, 다른 제품들과 달리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 촬영 날은 유독 보조 스탭이 많고, 배출되는 음식물 쓰레기는 적다.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의 어떤 부분이 이처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한 점이라도 얻어 먹으려고 달려들게 만드는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일 년여 동안 브랜드를 준비하면서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는 특별하고 가치 있는 음식이라는 세뇌를 당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무엇 때문에 내 안에서 쾌락 이동이 일어났는지 아직은 과학적으로 근거를 대어 이야기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런 사람이 필자 혼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제 대기업도 발 벗고 나서서 습식 숙성에 비해 손실율이 큰 건조 숙성육을 판매하려고 한다. 처음 경험하는 맛이기에 묘사가 힘들고 어디서도 맛보지 못했기에 비교도 할 수 없는 더에이징의 드라이 에이징 스테이크가 가진 매력의 비밀은 무엇일까. 확실하게 알아내기 위해 조금 더 먹어봐야겠다.


참고문헌: 비 윌슨 (2017). 식습관의 인문학 (이충호 옮김). 경기도 파주시: (주)문학동네 (원서출판 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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